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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 포항공과대학교

2009. 6. 23. 경북 포항.

정말 오랜만에 찾은 학교는 여전히 너무 예뻤다. 내가 대학교를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름다운 캠퍼스였는데 이번에 다녀와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 학교가 젤 예뻐!
언제나 시작은 78계단. 아침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헥헥대며 올라다니던 저 계단은 학생들에겐 번뇌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건강체크의 기준이기도 했다. 더불어 78문화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ㅋㅋ 삽질 좋아하는 학생들이 저 계단에 거대한 78공고를 붙여 장식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없었던 건물이 78 위에 떡하니 자리잡았는데 이름하여 국제관. 건물이 예쁘긴 한데, 아쉬운 것은 저 건물로 인해 폭풍의 언덕이 사라졌다는 것. 너무 좁은 골목길로 변해 버렸다. T-T
국제관. 온통 유리로 뒤덮여 있는 이 건물의 정체는 호텔? 학교에서 개최되는 컨퍼런스가 많은데 항상 교수아파트의 게스트 하우스나 영일대에 머물게 하던 것을 저 건물이 해결해주었다. 마침 저 날도 무슨 국제 컨퍼런스가 있어서 외국 아저씨들이 명찰달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발을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건물 가운데 부분의 전/후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세계 속의 거대한 문을 상징한다나... 내가 다닐때는 없었는데 새로 생긴 건물
공학동. 이것은 포스텍의 OLD version? 내가 입학 할 때의 학교 건물은 모두 이런 식이었는데, 난 저 포스텍 붉은색을 매우 좋아했다. 지금 블로그의 맨 위의 붉은 색과 비슷한 색. 아쉽게도 계단 양쪽의 물은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하절기에는 양쪽에 물을 틀어 놓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은근히 운치 있는 학교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여기저기 너무 치여서 그 운치를 느낄 수가 없다는거~ 아, 혹시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신 분? 나무가 심어졌다! 계단 양쪽으로 커다란 화분들도 들어왔고. 우리학교도 자연친화대학으로 거듭나는거?
무은재 기념관. 내가 학부때에는 저 곳이 도서관이었는데, 어렸을 때는 5층 열람실에서 과 동기들이 잔뜩 모여 같이 퀴즈 준비하고 숙제 베끼고-_-; 어싸인 짜던 곳 ㅋㅋ 고학년이 되어서는 3층 창가 옆 자리를 좋아해서 항상 그 곳에 앉아 잔디광장을 바라보며 '아놔, 전공 T-T'하면서 괴로워하곤 했다. 지금은 인문교양학부 건물로 사용되고 있음. 아참, '무은재'는 포스텍 초대 학장님이신 김호길 교수님의 호. 학장님이 건강하셨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살아 계실 때 모습을 못봐서 너무 서운하다.
무은재 기념관과 강당 사이. 수업이 끝나고 이동할 때에, 혹은 목요일 저녁 문콜을 기다리면서, 혹은 울면서 도서관 들어갈 때 항상 지났던 이 곳. 아, 입학식 후 꼭 사진을 찍기도 하는 이 곳. 그새 나무들이 더 많이 커졌고 더 푸르러졌다.
청암학술정보관. 한마디로 도서관. 내가 대학원생일때 지어져서 이후에는 더이상 무은재에 가지 않게 되었다. 딱 보면 포스코건설이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건물로 울 학교의 자랑인 바로 국내에서 젤 비싼 '500억 도서관'되신다. 외벽의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으며 내부는 통으로 뚫려 있는 구조. 포스코 건물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짓는 듯. 도서관 앞의 저 키큰 나무가 한그루에 얼마라더라... 건물 짓고 얼마 안되어 태풍'매미'가 와서 여기저기 나무가 뽑히고 건물벽이 날아가고 했는데, 학교에서 젤 먼저 복구 들어간 게 저 키큰 나무였다. 도서관 뒤쪽으로는 78보다 더 징한 계단이 들어섰는데, 누군가는 108번뇌계단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128비트 계단이라고도 했던 심히 공돌스러운 발상의 소문을 뿌렸던 계단. 세어보니 137이라는 무의미한 수.
생명공학연구소. 도서관 옆에 함께 서 있는 생명공학연구소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함께 서 있는 동물 실험실 건물에 담쟁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떠나 있은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 편으로는 그대로이고 한 편으로는 많이 변한 학교. 
지능로봇연구소. 말도 많았던, 우리학교에서 가장 멋없어 보이는 건물. 역시나 알고 보니 포스코 건설이 지은 건물이 아니란다. 왜 그랬을까나... 조금은 유치한 색감에 누군가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출동한다고도 하고 별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그렇지는 않은 듯. 그런데 1층에 로봇 박물관이 있었다! 오호... 들어 보니 건물 지을 때 경북도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조건이 1층에 전시장 놓을 것 이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전시실 리모델링 중.
철강대학원!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데, 영일대를 지나서 갑자기 알 수 없는 건물이 떡 서 있기에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철강대학원 건물! 혹시 저 용광로가 보이는지? ㅎㅎ 건물 전면 중앙의 유리탑은 용광로 모양으로 생겼다. 앞날이 보장된다는 철강대학원은 이름이 예쁘다 "GIFT 음.. 뭐의 약자더라;;; 무슨 institute of ferrous technology였는데... 저 건물 옆에 무슨 재료물질이 어쩌고 연구소도 세워졌다. 
여기까지가 Postech new version. 새로운 디자인의 건물들 중 처음 지어진 것이 청암 도서관인데, 처음 청암을 지었을 때, 학교 분위기와 너무 다른 생뚱맞은 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건물들이 모두 저런 식으로 지어지니 이제 학교 분위기가 좀 난다. 78 위쪽은 옛날풍, 아래쪽은 최신풍. 그러나 그 둘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서 예뻐 보인다. 학교 좋다~

마무리는 기숙사. 올해도 담쟁이 덩굴은 열심히 기숙사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포항의 여름은 정말 끔찍한데, 더위에 쥐약인 나는 6년을 살면서 여름마다 기절할 것 같았다. 아.. 잘 버텼어 T-T 게다가 기숙사에는 냉방이 되지 않아, 여름에는 반드시 도서관이나 실험실에 가야만 했다. 이것이 열심히 공부/연구하라는 학교 측의 배려라는 소문과 함께... 요즘 기숙사에는 냉방이 들어오더라! 조금은 시원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1학년때 밤마다 기숙사에 옹기종기 모여서 고민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오랜만에 찾은 기숙사에서 새벽 4시까지 수다를 떨어댔더니 예전 생각이 났다. 근데.. 벌써 10년전인거다 T-T
그리고 통집. 탁구설화로 유명한 통나무집. 가깜고 싸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즐겨찾는데, 통집의 생맥주는 그 어느 술집과도 비교 불가! 통집 맥주 한 번 마시면 다른 곳에서 생맥 못마심. 요즘은 낮에는 통집 카페를 운영하며 팥빙수를 팔고 있었다!!! 그러나, 통집 냄새는 어쩔거냐능.
진짜 마지막. 여기가 어딜까요? 바로바로바로, 지곡회관. 우와.. 완전 바꼈어! 서점 등이 모두 사라지고 확 텄다. 그리고 버거킹이 들어왔;;; 리모델링하고 더 좋아졌다. 게다가 버거킹 쪽에는 벽을 터서 노천카페 분위기도 난다. 물론 그 바로 옆에는 지곡연못이 바로 보여서 분위기는 더 좋음~ 아, 다행히도 요즘엔 지곡 연못이 많이 깨끗해졌는지 바람에 분수물이 튕겨와도 냄새 안난다 ㅋㅋ

포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들어가는데, 포항도 시골의 도시인지라 깔끔한 느낌은 없는 편인데 지곡동 방면으로 꺾어지는 순간 예쁜 캠퍼스를 만날 수 있었다. 간만에 학교에서 내가 받은 느낌은 '아, 정말 정말 예쁘다~' 였고 동시에 안타까움과 슬픔이 함께 느껴졌다. 학교가 갑자기 예뻐졌을 리는 없고, 요즘 내가 단순히 마음에 여유가 있고 즐겁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는 원래부터 예뻤고, 건물은 고급스럽고, 정말 무수히도 많은 나무와 꽃, 한적함 푸른 하늘이 모두 뒤 섞여있었다. 학교 다닐때는 '연구 중심 대학'이 아니라 '청소 중심' 혹은 '조경 중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학생들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에쁜 걸 왜 몰랐을까, 그리고 지금 학교에 있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 하는 마음이 들어 안타까웠다. 나도 그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힘들어 했었기 때문에 지금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바로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울 학교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그렇고 알고 보면 은근 로맨틱하단 말이지~ :)

* 백만년만에 카메라 들고 나가는데, 메모리카드와 배터리 찾느라 애먹었다. 그나저나 사진들 초점은 왜 저 모양이냐능!



by jewel | 2009/06/24 16:37 | 동네 구경 | 트랙백 | 덧글(14)

교수님 어록



학교 비공식 비비에스에 누군가 친절하게도 이런 작업을 진행하였다.
하하.. 학교 다닐 때 생각난다 T-T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역시나 강력하신 것은 수학과 심영선 교수님.
이 분은 실물로 보면 더더욱 강력한 뽀쓰가 흐르신다.
수학 수업 첫 날 강의실에 들어 갔는데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반은 캘큘러스가 지겨워진 학생들을 위해 개설했습니다"
엥? 캘큘러스가 뭐야? 그냥 학교에서 신청하라는 거 신청했는데...;;
첫날부터 세모가 거꾸로 그려진 이상한 걸 써가면서 미방을 풀었다.
첫 수업 끝나고 알았는데, 교수님이 실험적으로 개설한 '공업수학'이었던 것.
이후로 다시는 개설되지 않았다-_- 
(다음 해, 똑같은 교재가 대학원 수업용으로 팔리고 있었음)
아... 1년 뒤 캘큘러스로 재수강하는데, 이건 초수강도 아니고 재수강도 아니여~

더불어 1학년 때 강력하신 분 중 하나가 1학기 일반화학(호러)의 신승구 교수님이셨는데
처음 보는 영어 원서도 환장하겠는데 교수님은 또 영어로 수업을 T-T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Wake up"이었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기도 했고;;;
마지막 수업 날, 특별히 서비스라면서 우리말로 수업을 하셨는데, 
신교수님이 그렇게 강의를 잘 하시는 줄, 그 때 깨달았다;

또, 다른 한 분은 1학기 일반 물리의 김재삼 교수님이셨는데
일명 "제3물리"였던 그 수업은 비디오를 주로 봤다.
"나보다 비디오가 더 수업을 잘해~" 이 말씀과 함께 
무슨 하바드인지 MIT인지 어딘가의 비디오를 틀어주셨다.
그러면 다들 잠을~
1학년 때 한창 머리에 색을 입히는 블릿치가 유행했는데
특히나 우리과 애들이 다들 색색을 입혔던 거다.
한창 출석 부르시던 김재삼 교수님,
화학과 파트가 끝나고 한창 쳐다보시더니 한마디
"화학과 실험하다 폭발했나?"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접한 학자들은 다들 괴짜셨다.
1학년 때는 정말 무섭고 다들 어려운 교수님들이셨는데...
나중에 학년 높아지면서는 인간적으로도 유쾌하신 분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심영선 교수님 보고 싶다~ (아, 내가 이런 소릴 할 줄이야)



by jewel | 2009/06/17 00:09 | * not categorize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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