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3일
다윈진화론과 인간-과학-철학

한국과학철학회, 대한의사학회, 한국분석철학회, 서양근대철학회, 한국과학기술학회, 한국과학사학회, 한국동물분류학회, 한국생명윤리학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의철학회, 국립과천과학관. 무려 11개 단체가 연합하여 열린 대규모학회로 정말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윈 그 이후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올 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이며 [종의 기원] 공식 발표 150주년이라 해외에서는 진화론 관련 학회가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고, 다윈 진화론 과격파의 대표스타 '리처드 도킨슨'도 미국을 돌며 강연을 벌이고 있다.
다윈 이전부터 진화론에 관련된 이야기는 있었으나, 다윈 이후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으며 공식적으로 신의 창조론을 반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데 가장 큰 문제는 진화론은 과학인데 반해 창조론은 과학의 범주를 벗어나 둘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이번 학회 덕분에 다윈과 진화론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진화론이 우리에 미친 많은 영향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모든 발표를 다 듣고 싶었는데 세 가지 세션이 한꺼번에 진행되어 선택하여 들어야만 했다는 것. 그렇다고 학회를 일주일 동안 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최근 학업도 이쪽 (진화는 아니고 과학사회학)으로 전향한 마당에 관련 도서를 좀 열심히 읽었는데 책의 저자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하하. 가수를 만난 팬심과 비슷하달까? 사실 많은 분들이 과정 교수님이거나 선배님들이시긴 하지만... ^^;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점은 후천성진화였는데 이는 다윈의 이론이 아니고 라마르크설이었던 것. 사람들이 흔히 진화론을 이야기 하면서 '기린의 목이 긴 것은 높이 있는 나뭇잎을 먹기 위해서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라고 말을 하지만 이는 라마르크적인 진화론으로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얻은 형질은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표현형질이(체세포) 변했다고 해서 생식세포의 유전형질이 변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인데,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생식세포의 유전형질이 중요하기에 그렇다.
생명체는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고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는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마침 자연 상태가 변하거나 혹은 변이된 종이 자연 상태에 더 잘 적응하거나 등의 우연적 원인에 의해 그들이 살아남고 (자연선택설) 그것이 이어지며 진화가 이어진다는 것이 다윈 진화론의 요지이다. 이 때 자연선택은 어떠한 목적성을 가지지 않으며 순수히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 성질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점(목적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종교계와 지속적으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다윈이 대단한 점은 [종의 기원]을 집필할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학에 대해 제대로 된 증거가 없었다는 것. 흔히들 멘델의 유전법칙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멘델도 '유전자'의 존재를 알고 이야기 했던 것은 아니며 순수히 완두콩의 표현형질만의 관찰에 의해 어떠한 유전 법칙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앞 서 이야기 했듯이 유전에서 표현형질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로의 전달은 표현형질보다는 유전형질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멘델이 이러한 이론을 주장하였을 때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멘델은 수도원의 신학자였기(비전문과학자) 때문이다. 물론 다윈도 표현형질로 연구를 진행했긴 하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핀치들을 살펴보며 표현형질로 비교적 정확한 진화론을 도출해 냈으니 여기서 그의 위대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윈 이후, 유전학이 함께 발달하면서 진화론을 유전자 단위에서 설명하려는 노력도 많았고 이에 따라 생물 계통도 조사도 시작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그에 관련된 연구는 진행되었으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표현형질에 의거한 분류였다) 이러한 연구는 계속되어 사람들은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의 DNA까지 조사하게 되었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 내에는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한다. 그런데 세포 핵 내에 해당 생명체의 유전형질을 기억하는 유전자(DNA)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토콘드리아' 자체적으로도 유전자(DNA)를 가지고 있다. 물론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가 생식에 관여하지 않으며 다음 세대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다음 세대를 결정짓는 것은 세포 핵의 유전자이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 유전이 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표현되는 유전형질이 아니라 이들은 단순히 미토콘드리아 내에서만 위치한다) 이러한 점에서 착안하여 모든 생물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다를 따라가다 보면 태초의 여성, 즉 '이브'의 유전자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생물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조사도 수행되었다. 그 결과는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의 여성이었다는 결론이었는데 이는 유전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계통도 조사를 통해 나온 설과도 유사하다.
진화가 또 다른 의의를 갖는 것은 바로 생물의 다양성이다. 유전자는 끊임없이 변이를 시도한다. 흔히들 돌연변이는 좋지 않은 것, 이상한 것이라는 인상으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나 돌연변이는 사실 자연계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작용이다.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서 돌연변이는 연속적이지 않으며 일종의 끊어진 밴드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더불어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과 맞물려 있는 생명의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양자역학의 기본이 바로 연속성의 부정이며 모든 것은 양자화-끊어져-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진화를 통해 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가 바로 생명 다양성인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급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할 여지를 남겨두자는것이다. 자연은 어떻게든 생명체를 남겨두고자 한다. 그러나 이 때 어떠한 기준으로 종을 선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변화에 적응하는 종을 살려두는 것이고, 이를 위해 자연은 진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이틀 간 학회를 듣고 얻은 진화론의 개괄적인 입문 과정 :)
이번 학회는 "After Darwin", 즉 다윈의 영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것에도 의의가 있지만, 더불어서 다양한 학문 간의 융합 혹은 통섭도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이러한 '통섭'의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대중을 위한 강연으로 (근데 학회에 대중이 있었던가!), "최재천 교수님과 장대익 교수님의 다윈에 관한 대화"가 있었는데, 국내 최고의 동물행동학자와 진화생물학자의 대화 형식의 세미나는 새로운 시도라는 면에서, 그리고 다윈에 대한 두 석학의 논평이라는 점에서 꽤나 흥미로웠다. 이런 식의 강연도 많이 진행되면 대중이 과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by | 2009/07/03 23:54 | └ spea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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