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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잡고 있는 책

내가 화학과 생명과학을 공부했던 이유는, 대체 생명은 무엇인가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단순한 고분자 집합체인 '생물'은 대체 어떻게 '생명'을 갖는가.
절대자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산소 분자를 생각해보자, 산소 분자는 하나 있어도 산소분자의 성질을 갖고 백만개가 있어도 산소 분자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생체 고분자는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그들의 성질은 단일 개체로 존재할 때와 달라지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다. 다시 한 번 화학적으로 돌아와서 단백질과 DNA등 세포를 이루는 '생체 고분자'들을 합성했다고 가정하고 그들을 세포처럼 섞는다 할지라도 그들 스스로 '생명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게다가 생명체(organism)은 단일 개체로 있을 때와 집단으로 군락을 이룰 때 그 성질이 달라지도 행동 양식도 변화한다.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모두가 비슷한 변화를 한다 (비슷한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변한다는 뜻으로) 대체 왜 그런걸까?

살아서 생명을 유지하던 생체 고분자 집단(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은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 하나하나 그 기능을 멈춘는데, 그럼 이건 왜 그런걸까? 심장이 뛰지 않아서? 시체에 기계를 달아 인위적으로 심장을 뛰게 한다고 해서 정상적인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갖는가? 사실 이 질문은 앞의 질문과는 조금 차원이 달라지는데, 앞에서 고분자의 집합체가 살아 숨쉬는 자체의 생명을 갖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면, 후자의 질문은 살아 숨쉬는데 자신의 의지를 가지며 여러가지 생명체로서의 여러 능력을 함께 발휘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기억은 어떤 작용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돌에 글자를 새기 듯 뇌에 새겨지는 건 아닌 것 같고, 뇌는 전기적 신호를 보내면서 활동을 하는데, 그럼 기억은 전기적 신호가 어떻게 되어 작용이 일어나는 것인가?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어 생각하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슬픈 책을 읽으면 눈물이 나는 건 대체 어떤 작용에 의한 것인가?

이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본론으로 들어가서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양자역학계에서 유명한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인데, 아니, 슈뢰딩거 방정식의 그 분이 생명과학과 관련된 책을 썼다는 것에 매우 놀랐고, 슈뢰딩거를 나름 잘 안다고 (대체 무슨 근거로?) 생각했는데 그의 책을 처음 들어 봐서 또 놀랐고, 그가 나와 매우 유사한 질문을 하고 있음에 실신.
한 장, 한 장 읽어내는데, 이렇게나 즐거운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다 읽고 나서 감상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까지 이렇게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다. 에스프레소를 마셨을 때처럼 두근대는 마음으로, 하지만 아주 천천히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루시다 언니는 에스프레소는 홀랑 마시는 거라고 했는데, 너무 진해서 홀랑 마시면 심장 터질 거 같음;)


난 항상 질문은 너무 많은데 답을 잘 못내린다. 앞으로는 답을 더 많이 끄집어내도록 노력해야지.
그럴라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얘기해야지.

근데, 쓰고 보니 살짝 책에 느끼는 변태같다-_-;


by jewel | 2009/06/21 01:40 | └ rea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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