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 다 잡아 먹을 기세

환원이란 무엇인가?

위의 문장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심오하고 거창한 주제를 논하고 있다. 먼저 환원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들의 예를 살펴보아 환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1. 화학에서의 산화와 환원
물질 (특히 금속류)이 산소를 만나면 산화되고 여기에 고온을 가해 산소를 날려 버리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 이것이 환원이고 이후의 결과에서 물질이 환원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산소 외에, 전자와 수소로도 산화/환원 개념을 설명하지만 일단 패스) 여기에서 본다면, 환원이란 원래의 상태로의 복원 혹은 회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2. 이론 간 환원
아.. 지금 진행되는 과학철학통론의 토의 주제다. 더불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치겠다. 이론 간 환원 T-T
잡설은 치우고, 과학 이론은 쿤에 의하면 정상과학에 따라 열심히 발전하다가 점점 난제들을 만나게 되고,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난제를 풀어 버리는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면서 과학혁명이 일어난다. 자, 여기서 나타나는 새로운 이론이 이전 이론을 흡수 통합한다면 새로운 이론은 이전 이론을 환원하며, 이전 이론은 새로운 이론에 환원된다고 본다. 그런데 과학 이론 자체가 뭐라고 딱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이론을 이론이 세운 과학 모형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이론이 설명하고 있는 용어와 문장들로 보아야 할 것인지, 이론과 함께 수행되는 관찰과 실험으로 보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서 이론을 함께 공유하는 과학자들의 사상까지도 보아야 하는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모두 섞여 있으므로 기준을 잡는 것이 애매해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뉴턴의 고전역학을 환원하는가? 만약 환원한다면 상대성이론이 고전역학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더 나은 이론이기 때문에 고전역학을 배울 필요가 전혀 없어진다.

3. 분과 간 환원
과학을 공부하다보면 꽤 자주 듣는 소리 중에 하나가, "생물 알고 보니 화학이고, 화학 알고보니 물리고, 물리 알고보니 수학이더라"는 말이다. 이 말은 다시 이야기하면 생물은 화학으로 환원되고 이는 물리로 환원되며 결국 수학이 물리를 환원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생명체를 탐구하다 보니 생체 내 분자들 간의 화학 현상이 중요해 보였고, 화학현상을 탐구하다 보니 물질의 결합은 에너지와 연결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생명 현상을 탐구하기 위해 깊이 파고 들어가서 찾은 DNA에서 인간이 얻은 지식은 분자가 결코 생각하는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는 작은 허무감이었다. 환원주의와 얇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사상은 물리주의인데, 위의 문장에서 보듯이, 물리학으로 세상 만사를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사회 현상, 조직 속의 인간의 행동 양식 등이 인간 생명과학(혹은 유전학이나 분자 생물학 등등)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는 과학주의를 은연 중에 내포한다.
한편으로, 분과 간 환원은 아인슈타인이 생애 말에 열심히 연구했던 대통일이론과도 연관이 있다.

4. 복잡계의 환원
이는 3의 환원과도 연결되는 개념인데, DNA로부터 생명에의 큰 시사점을 얻지 못한 생물학자들은 일부 복잡계를 통하여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물리학의 카오스 현상에서 연구되기 시작한 복잡계는 이제 생명 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들에서 얻은 한가지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 작은 간단한 현상들이 모여서 복잡해 보이고 예상이 불가능한 커다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이 때, 작은 부분들만 가지고는 큰 결과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복잡계에서는 전체 현상이 부분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예측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복잡계 현상을 최대한 예측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환원은 다양한 곳에서 조금씩 다른 늬앙스로 사용되고 있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함의하는 바는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더 간단하면서 전범위에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그 무엇에의 가능성. 환원에 동의한다는 것은 그 가능성에 동의한다는 것과 같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이 하나의 목표이며 대체로 환원에 동의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환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분야를 아우르는 어떤 존재(꼭 물질이 아니더라도 법칙이나 혹은 작은 insight까지 포함하여)를 부정하는 것일까?

아... 비평 하나 쓰는데 인생이 우울해졌다 T-T


by jewel | 2009/10/29 15:06 | * not categorize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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