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네트워킹의 세계

과학사회학 (STS)과 관련한 나의 굉장히 러프(rough)한 감상.

쿤의 혁명에서 시작하여 (그 이전에도 있겠지만 일단 나의 지식이 쿤의 혁명에서 시작하므로)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은 깨어지고,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는 저 멀리로 떠나 버렸다. 이 와중에 형성된 것이 '사회구성주의'로 결국 과학은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사고가 아닌 사회적 협의에 의해 도출되는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자들도 일단 사회에 속해 있으므로 그들도 사회의 일부분이며 그들의 사고방식은 어려서부터 길들여 온 사회성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과학자들이 내리는 합리적 판단에는 바로 '사회'가 녹아들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는 비슷한 지역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파가 몰리는 경우를 보아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다양한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사회적 기반(태생부터 교육등을 모두 포함)을 가진) 다양한 곳에서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며 하나의 의견을 모으는 일은 사회구성주의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으며 과거의 실재론 혹은 실재하는 무언가가 있으며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점을 쉽게 버릴 수 없다. 이와의 융합을 시도한 것이 ANT (Actor/Actant Network Theory, 행위자 연결망 이론)이다.
사실 ANT 이론이 이 둘의 융합을 시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ANT는 '자연'과 '사회'의 구분을 허물며 둘을 별개로 생각하지 말 것을 주문하며, 더 나아가서 과학 혹은 과학연구 행위에 있어서 인간 뿐 아니라 비인간 행위자도 있으며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를 구분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나온 용어가 바로 actant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를 모두 포괄하는 hybrid word이다. ANT에서는 각각의 actant가 network으로 연결되며 가장 많은 actant와 network을 형성하는 행위자가 일종의 권력을 가지며 이를 의무통과점 (Obligatory Passage Point)라고 명명한다. 이 때에 network를 이루는 행위를 'translation'으로 설명하고 있다.

ANT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이론들이 더 나오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Social worlds이다. actant들은 하나의 society에 속해있지 않으며 다양한 social worlds에 속해 있고 이들은 OPP하나와만 network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끼리도 어느정도 network을 형성한다. 이를 설명하면서 나온 개념이 바로 boundary object인데 모든 actant가 하나의 이해관계로 연결된 것이 아닌 boundary object라는 비교적 느슨한 개념으로 엮여 있으며 그렇기에 전체적인 network는 느슨하며 유동성을 가지면서도 국소적으로는 tight한 연결망을 가져갈 수 있다. 또한 OPP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network을 형성하는 actant는 일종의 PP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질문.
1. ANT에서는 서로 다른 actant의 다양한 network를 인정하지 않는가?
2. social worlds에서는 권위를 갖는 actant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그 스스로 OPP가 아니지만 PP 혹은 network을 많이 설명하면 권위를 가지게 되는 것인가? 혹은 boundary object의 형성을 잘 할수록 권력을 갖게 되는가?
3. 다시 ANT에서 network은 저절로 형성되는가? 혹은 OPP가 열심히 형성하고 다니는 건가? 이미 결과가 나온 현상을 ANT로 설명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진행중인 과학 스스로가 ANT에 대입하면서 길을 찾아갈 수도 있는가?

일단 오늘의 이해는 여기까지. 개념이 잡힐 듯 하면서도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왕... 또한 이들을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는 아직도 아리송하다.
라투어 아저씨랑 대화가 필요해...



by jewel | 2009/07/14 23:56 | └ speak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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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ουτις at 2009/07/15 14:11
임경순 교수님 강의에서 배운 과학 이론 중에 이게 제일 호감이 가더라구요. 가장 최신 이론이라 기존의 난점을 많이 보완해서일수도 있겠지만요 ㅎㅎ 원전을 읽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가르침을 구하는 입장의 코멘트에요.

Actant라는 개념은 자연과 사회(또는 人적인 요소들)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기보다는, 그 둘을 포괄하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도입된 것이 아닐까요? 말하자면 지식이라는 시스템에 entry(?)가 존재해야 한다고 할 때, 전통적인 과학관에서는 자연만이 입구가 될 수 있었다면 사회 구성주의는 인적인 요소만을 인정한 데 비해서, ANT에서는 자연적 요소와 인적 요소가 모두 입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이건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미묘하게 다른 게 아닐까 싶구요. (라투어 아저씨가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썼는지 좀 궁금해요.)

세 가지 질문 중 1에 대해서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전제 하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좀 궁금하네요. 국소적으로 들여다볼 때 network는 상당히 다양해보일 것이고, 그 외에도 social world개념을 도입할 때 서로 다른 actant의 다양한 network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지 좀 의아하네요.

질문 3의 "진행중인 과학 스스로가 ANT에 대입하면서 길을 찾아갈 수도 있는가?" 부분에 대해서는, 음.. 제가 이해한 누나의 네트워크는 말하자면 여러 개의 그물이라고 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확장중에 있는 거미줄에 가까워요.

저는 네트웍은 언제나 존재하고 모두 이어져 있다고 이해했어요. 그 고리가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 아닐까 싶구요. 생물학, 물리학, 전자공학은 전체 네트워크의 국소적인 측면이지 독립된 네트워크는 아닌 것 같거든요.

과학이라는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한다고 할 때, 계속해서 새로운 actant들이 네트워크 안으로 편입되고, 기존의 actant들이 변화하고, 그러는 와중에 성립되는 네트워크로서의 과학이라는 관점이 "진행중인 과학"으로서의 네트워크 이론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관점에서 network는 저절로 형성되는가? 혹은 OPP가 열심히 형성하고 다니는 건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연히 발견되는 자연현상부터 연구자가 열심히 연구해서 알아내는 것까지 다양한 길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 되겠죠.

한편 이미 결과가 나온 현상을 ANT로 설명하느 건 이해하겠는데, 진행중인 과학 스스로가 ANT에 대입하면서 길을 찾아갈 수도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더 동적으로 이해해서, 새로운 actant들이 계속해서 추가되거나, 기존의 actant들이 (특히 이해관계같은 부분들) 변화하면서 time-variant하게 변화중인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겠지만 질문에 대한 한 가지 해결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누나가 구하는 건 제 의견보다는 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일 것이고, 누나는 원전을 읽은 사람이고 전 아니죠. :-) 여튼 시간이 나면 한 수 가르침을 부탁드려요.
Commented by jewel at 2009/07/15 19:26
아놔... 원글보다 더 긴 덧글 ㅋㅋ
덧글 읽으니, 내가 가르침을 받아야겠는데! 아.. 과정 중이라고 밝히기가 부끄러운수준인데 T-T 나도 원전은 많이 읽지 못한데다 내가 이해하는 게 제대로 된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

자연과 사회(혹은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새로운 잣대로 보자 이야기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헷갈리니까 통합하는 관점의 새로운 단어인 actant를 내놓은 것으로 이해했거든. 그래서 한편에서는 오히려 ANT가 인간과 비인간을 더 구분짓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고... (Callon & Latour, "Dont' 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 school!") 구분하지 말자, 혹은 통합하자 라는 말을 정확히 했다기 보다는 사고의 틀을 바꾸자 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 좀 애매하긴 하네.

질문1에 대해서는, ANT를 보완하면서 나온 개념 중 하나가 boundary object인데 여기에서는 OPP하나 대신에 PP 여러개를 두면서 actant 간의 다양한 network 형성을 이야기했거든. 그러다 보니 ANT에서는 OPP를 제외한 actant 간의 네트웍 형성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궁금해졌던 거고. (정확히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음)

질문3에 대해서는, 라투어와 깔롱이 주창한 ANT의 궁극적 목표는 과학의 권위를 깨부수자!인데, 그렇다면 과학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권위를 갖게 되는지를ANT로 설명하고 있지. 여기서 나온 게 OPP고 프랑스의 파스퇴르화 과정을 이로 설명함으로써 파스퇴르는 다양한 actant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신을 결국 OPP의 자리에 위치시켰고 이로써 강력한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이건 파스퇴르 사건이 이미 다 벌어지고 난 후에 라투어가 분석한 거고, 만약 파스퇴르화의 과정 중에 이러한 분석이 가능했을까? 하는 게 내 의문인거지. 물론 진행중인 과학 자체에서는 네트웍은 계속해서 형성되고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새로운 관계로 형성되기도 하는데 (혹은 블랙박스화 되었다가 다시 열리기도 한다고 표현하기도 하지) 만약 파스퇴르가 살아 있을 때 자신의 과학을 이런식으로 분석했다면, 혹은 다른 과학자가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과학을 이렇게 분석할 수 있다면 스스로 OPP에 위치할 수 있는 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가 좀 궁금했어. 과학자가 계획적으로 권력을 잡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약간 뜬금없는 궁금증이랄까 :)

ANT 개념이 확실히 흥미로운데 아직 내가 느끼는 바는 분석에 치중하기는 하는데, 뭐랄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건 잘 모르겠달까? 물론 라투어와 깔롱 스스로도 ANT는 굉장히 불완전한 개념이라 수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갈 길이 많이 멀어보이기도 하고...

근데, 임교수님 수업이 이런 것도 다룬다니 놀라운데! 학부때 들어봤어야 하는건데 T-T 난 그냥 고전 과학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 나 학부 수업이 필요할 듯. 이건 원생 수준도 아니고 완전 고딩수준 T-T
Commented at 2009/11/17 12: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jewel at 2009/11/18 14:44
ANT 개념이 좀 철학적(혹은 형이상학적)이어서 많이 어렵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라투르 아저씨를 데려와야 할 듯 합니다 :)
방문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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