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2일
내숭이 필요해(?)
좀 솔직한 편인 나는, 성격 자체가 별로 가리는 게 없는 편인데
가끔은 좀 가려주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특히나 일단은 내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고
사회에서는 그에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은가.
공대 여자라서 기대하지 않는다면 조금 다행(?)
하지만, 이 때에는 또 미묘하게,
공대 여자도 여자다! 라는 반감에 더 심하게 오버해서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다.
리본과 레이스를 좋아하는 나는 이런 걸로 나의 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 나이에 계속해서 리본을 고수하니 사람들이 흠칫 흠칫 놀라기도 한다 ㅋㅋ
그러나 아무리 소녀풍의 복장을 해도 정작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이
별로 소녀스럽지 않은 것 같다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1. 아무거나 잘 먹기;
추어탕, 순대, 곱창, 낙지, 회, 등등...
이런 걸 먹을 때마다 사람들이 꼭 묻는다.
"먹을 줄 알아요?"
먹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님? 나 막창 팬이심~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어머, 이런 거 징그러워서 어떻게 먹어요~"라고 말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아, 내 매력은 안가린다는 거야~ 라고 합리화하며
"전 다 잘 먹어요~" 라는 대답을 하고 말지만
한 편으로는, 좀 소녀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거다.
2. 겁 상실;
이성과 무서운 영화나 징그러운 영화를 보면 "꺅~ 무서워, 어머, 징그러워~"
라는 표현을 해야 하지 않을런지...
무서운 얘기를 들으면 "흑흑 무서워서 집에 못가겠어~" 라고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런지...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은 실실 쪼개면서
"아, 유치 뽕짝, 대체 무서운 포인트는 뭐야!" 이러는 나를 발견;
물론 깜짝깜짝 놀라는 건 잘하긴 하는데, 놀라고 나서의 나의 반응은
"아 놔, 이것들이 무서운 거 못하니까 놀래키기나 하고...-_-" 이런거 정도?
포항에 있을 때, 화학관에 귀신나온다는 얘기 듣고,
"아, 우리 실험실에 들러서 내 셀 좀 키워줘~"라는 반응을 보였었는데...
몇 날 며칠 밤을 새도 안나오더만-_- 역시 귀신도 삽질은 싫은거야;
아무튼, 좀 여성스럽기 위해 못먹는 척, 무서운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좀 해봤다.
(타고 나지 않으면 여성스럽기도 은근히 귀찮은 거구먼)
# by | 2009/07/12 15:20 | * not categorized | 트랙백(1) | 덧글(1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공대남자 자평하기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말이야, 내 인생에서 여자로 향하는 길목이 모두 차단된 느낌이랄까?"-by 남고공대연구개발직 테크를 탄 어느 친구 얼마 전 동기가 생겨서 공대남자에 대한 글을 한 번 써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공대남자의 매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나에게,공대를 다닌 경력 -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가 공대 남자라는 사실 - 이 보호막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시작하는 글이랄까? :-) 이 글을 쓰는......more
그래서 가끔 공대 아니고, 자연대라고 소심하게 주장하지요.
이거 잘 포장해서 올리면 누나 이오공감 갈걸요 ㅎㅎㅎ 공돌이들은 언제나 '너네는 괜찮은 남자야.' 라는 말에 목마르기 때문인지 조금만 포장해서 그런 말을 들려주면 우루루 몰려들더라구요.
대표적으로는 모 파워블로거의 '공대남자 사용법'인가 하는 글. 제가 볼 때는 대단한 뭔가가 있는 글은 아니었는데 그만큼 회자된 이유는,
'남편감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술담배계집질-_-도박 등은 보통 안 합니다.'
라는 말 한 마디에 꿈과 희망을 걸었던 공돌이들의 힘이라고 보는지라;;
실제로 공돌이들은 괜찮은 남자인데, 다만 그들이 너무 구석에(?) 모여 있어서 사람들이 그 가치를 몰라 주는 게 아닐런지...
아, 근데 공돌이가 괜찮은건지 울 학교 애들이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
정말 앞서 말한 그 이유가 딱이거든.
연구만 해서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착하고 순진하고 혹은 순수하달까. 근데 내가 접한 많은 공돌이들이 대부분 포항공대생이라서 학교의 특성인지 전공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네. 서울대 공돌이들을 좀 만나보고 정리해주도록 하지 ㅋㅋ
근데 말 잘하는 사람도 멋지긴 하지만, 내가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묵묵히, 그러나 바로 연장 들고 뛰어 들 것 같은 게 공대생이라서 (정말 편리 스머프;;) 그런사람이 더 멋있어 보인달까. 왠지 논리 정연하고 설명도 잘하고 그런 이미지? 그러면서 입에 발리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ㅋㅋㅋ
대체로 내가 꽂히는 사람들은 공대생이더군;
하지만 결정적으로 공대녀가 이런 얘기하면 별로 아냐? -_-;
어디선가 본 농담인데,
A : 외모, 재력, 스타일같은 것들이 예선이라면 성격과 가치관 같은 것들은 본선이라고 할 수 있지.
B : 역시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군!!
A : 아니. 예선에서 탈락하면 본선 경기를 치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지.
외모는 일단 전공에 관계 없고, 굳이 따지자면 스타일인데 공대생 스타일이 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전공 스타일이 사냐~ 이건 또 아닌 듯. 다만 공대생은 대체로 '실리 추구'형이 많아서 (그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네, 이번 정부의 모토인 그 단어-_-;) 굳이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듯 함.
재력을 보자면, 공대생 재력이 딸리나? 그렇진 않다는 게 내 생각인데, 공대생들(자연대 포함)이 가장 죽는 소리 하는 부분이 이리 해도 돈을 못번다. 경영대생 아래에서 일만 죽어라 한다. 인 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사회생활 해보니 그 말에 더이상 수긍 못하겠고, (내가 당장 이공분야에서 나오니 먹고 살 길이 막막하더군;) 적당하게 평균 이상으로 먹고 사는 분야가 공대생의 진출 분야가 아닐까 싶음.
다만, 하던 일에서 짤렸을 때 가장 당황하는 부류가 바로 공대생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연구만 하다보니 다른 거 뭘로 먹고 살지는 모르는거지... 근데 이 이야기는 또 연구만 시켜주면 먹고 사는 데 지장없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고로, 예선 탈락 아니고 본선 진출되겠네 :)
다만, 순수함의 연장선인 건지, 고지식한 면이 많아서 그 부분은 개선해야 할 듯. 생활적인 측면에서보나 혹은 연구에서보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유연한 사고이니!)
그나저나 당신은 여친님이 계시잖아.
남친님 없는 내가 화이팅 받아야 하는거 아냐?-_-;;;
스스로 찌질~하지 말고 잘났다고 생각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