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의 발전 방향 제시

미국 과학관 구경하기에서 이어집니다.

본 글에서 미국 과학관과 우리나라 과학관에서 느꼈던 점들을 중심으로 하여 기타 미래 과학관에서 가져가야 할 점을 추가하여 우리나라 과학관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체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학관
우리나라 과학관과 미국의 과학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보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학은 생각하는 힘으로부터 나오는데, 이 생각하는 힘은 문자나 눈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경험에서 습득하는 지식에서 온다. 백번 보고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운동에너지의 원리를 그림으로 배우고 식으로 풀어서 계산하는 것은 이미 학교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는데, 과학관에서 굳이 이를 다시 한 번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과학을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원리를 깨우쳐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설명하는 과학전시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하게 하는 전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체험 교육이 전시만으로 어렵다면 시애틀의 과학관처럼 과학실험 데묘 쇼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론상으로 발전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은 실험에서 힘을 얻으며 발전해 나간다. 간단하지만 흔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실험들을 보여줌으로써 전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2. 미래 과학인재를 키우는 과학관
앞서 언급했지만, 이론이 힘을 얻는 것은 실험을 통해 얻은 타당한 데이터이고 이는 바로 연구/실험에서 얻어진다. 과학에 있어서 탐구성을 기르기 위해 많은 방법이 도입되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는 많은 학생수와 적은 과학교사, 그리고 여러가지 실험 장비의 부족 등으로 학교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것에 부족함이 크다.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에서는 학생이 재학 중에 직접 실험을 수행해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러한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과학관이다. 과학관에서 주말 실험 교실 등을 열어 공교육과 연계된 과학탐구 능력을 향상시켜 줄 수 있다.


3. 전문적인 과학관
우리나라 과학관은 전반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도 이해하기 힘든 과학인데, 청소년만 되어도 과학관은 유치해진다. 이는 전시 내용의 수준이 대체로 낮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최근의 과학은 너무 전문화되었고 같은 과학을 전공하더라도 분야가 다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와 동시에 한편에서는 융합의 중요성을 알리는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다. 이러한 융합을 과학관에서 보여줄 수는 없을까?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생물 과학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생체 모터(대표적인 것이 세포의 능동수송 과정)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비단 과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인문학이나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과학관이 창의성의 보물창고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4. 문화와 휴식이 있는 과학관
근래 몇 년간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금은 시립미술관에서 르느와르 전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문화 생활을 위해 미술관에 가고 음악회에 간다. 그러나 과학관에는 가지 않는다. 미국 과학관에는 애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어른도 많이 찾는다. 미국인들이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는 아니다. 당장 미술관과 비교해 보면, 미술관은 어딘가 우아하고 고상한 느낌이며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인 반면 과학관은 그렇지 못하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쉬어갈 수 있는 과학관이 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까? 이를 위해 전시 내용과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겠지만 레스토랑과 카페의 활용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5. 지역 특색을 살린 과학관
시애틀 수족관 같은 경우, 시애틀의 특색을 살려 인근 바다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어디 가나 있는 동일한 내용의 전시가 아닌 특정 과학관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면? 당연히 그 곳에 찾아 가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그 전시가 지역의 특색을 함께 반영한다면, 과학관의 차별성도 두면서 관광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역 전시관과 연계하여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만들 수 있으며 또한 지역 특색에 맞는 사립 과학관으로도 개설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추억을 파는 과학관 상점
미국 과학관과 우리나라 과학관의 또 다른 큰 차이가 바로 과학관 내 상점이다. 과학관에서 상점의 역할을 꽤나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먼저 관람객에 다양한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과학관은 입장료 외의 별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은 상품을 집에 가져가서 다시 한 번 보면서 과학관을 생각하게 되고 이는 훌륭한 홍보 도구가 되는 것이다. 상품을 통해 수익도 얻고 홍보도 하고 일석이조가 아닌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학관에서는 단순한 조립 모형 등을 판매하고 있어 쉽게 관람객의 손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과학관에서는 전시 내용과 맞는 상품 개발을 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의 스미소니언 우주박물관 상점에는 우주에서 쓰는 볼펜을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볼펜은 중력이 있어야 작동하는데,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사용을 위해 특수 개발된 볼펜이다) 이는 관람객의 호기심을 다시 한 번 자극하면서 방문했던 과학관에 대한 기억도 떠올리게 할 것이다.


7. 사이버 공간의 과학관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 왔다는 얘기는 이제 너무 식상한데, 인터넷은 과학기술의 산물이 아닌가, 그러나 이 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과학관은 흔치 않다. 웹2.0도 이제는 너무 지겨운 말이 되었다. 현재 과학관의 인터넷은 다소 구시대적인 단순 홍보에 그치고 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의 세계인데 과학관은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웹2.0의 장점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전시 내용이나 과학관 운영에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8. 연구실로서의 과학관
(이 점은 최근 과학관 관련 강의를 몇 차례 들으면서 느낀 점이다) 과학관의 역할에는 과학전시 및 교육도 있지만 자료의 수집 및 연구도 있다. 이 부분은 관람객을 위한다기 보다는 다소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에는 크고 작은 과학관이 매우 많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자료를 연구하고 그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정리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모으면 쉽게 계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작업이 진행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세계 과학관이 협력하여 자신들의 연구 자료를 공유하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오픈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연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료의 공유를 디지털화 하여야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실제로 도서관의 고서를 디지털화하여 웹에 공유했더니 인용횟수가 몇배로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9. 기타 
- 과학자를 활용한 전문 해설가의 도입: 은퇴한 과학자나 과학 교사들을 해설사로 도입한다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살아 있는 과학지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
- 입장료의 변화: 간혹 과학관이나 미술관을 갈 때에 부담되는 것 중 하나가 입장료이다. 사람 수에 따른 세트 입장권이나(단체 입장권 말고), 기부 방식의 입장료 징수, 혹은 타 과학관이나 관광시설과 연계한 세트 입장권 발권의 방식으로 변화시켜 더 많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 국립과학관과 사립과학관의 긴밀한 연계: 국립과학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위에서 제시한 것들 중 전문성을 가진 과학관이나 지역 특색을 가진 과학관의 경우는 사립과학관에서 보충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들이 가진 홍보관을 홍보관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사립과학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울산에 위치한 SK에너지 홍보관의 경우 에너지 전문 과학관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석유 정제 및 부산물의 이용에 관한 좀 더 전문화된 자료를 제공할 수도 있고 공업도시 울산의 홍보도 담당할 수 있다.(실제로 이 점을 어느정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과학관은 사립과학관들과 연계를 돈독히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 해설기기 도입: 미술관에 가면 해설사도 있지만 또 다른 것이 녹음되어 있는 미술관 가이드 기기이다. 이것을 과학관에서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은데 한 번쯤 활용해 봄직 하다.

마지막으로, 과학관을 좀 예쁘게 만들자.
예쁘지 않은가!

* 위에서 이야기한 사항 중 많은 부분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느정도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해 나가길 바란다.
* 관련 보고서를 쓰던 중, 일부 내용을 블로그에 맞게 수정하여 포스팅 함. 



by jewel | 2009/06/17 17:17 | └ speak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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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홈워즈 at 2009/06/17 19:05
광고도 그렇고 소개글도 그렇고 그냥 겉멋에만 치중하지 내용은 개떡같은 유치함의 향연...인 경우가 매우 많아요...작년까지만해도 열리는대로 가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뭐...
Commented by jewel at 2009/06/17 22:26
과학관 내용만 생각하고 마케팅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치 못했는데 그런 점이 있군요. 어딜가나 신뢰가 중요한데 몇번 다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죠.
Commented by 홈워즈 at 2009/06/17 22:48
좀 전에서 소녀걸슨지 뭔지 연예인이 나와서 어디 과학관(미래도시 뭐뭐전 이러든데) 광고를 하던데, "볼 필요" 가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소개를 하더군요. 미래도시 행사 광고하는데 왜 공룡 로봇이 나오고-_-;

최소한 광고는 내용에 맞게 소개를 해줘야지요; 새로운 건축물이나 기술, 시스템을 말해주는것도 아니고 휘향찬란한 불빗을 배경으로 전혀 쓸데없는것들이...애들 대상으로 광고하는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지 원.


근데 바다건너 과학관들은 정말 개념차 보이네요. 부럽...
Commented by jewel at 2009/06/18 19:40
ㅋㅋ 미래도시에 공룡로봇이라.. 아마도 로봇이라서 들어간 거 같네요.
그래도 생뚱맞고 개연성 없으면 좀...

그 말씀은 정말 맞습니다. 이건 과장광고도 아니고, 영화 예고편도 아니고...
재밌어 보이게끔해서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긴 하지만, 뭔가 사기 같아 보이면 안될텐데 말이죠.

과학관 자체의 수준이 높아지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죠?
글고, 정말 좀 예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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