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12일
과학이란 무엇인가?

1. 자연과 사회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우리는 흔히 과학(혹은 이공계)은 자연을 탐구하는 분야이고 인문학(포괄적인 의미로)은 사회를 탐구하는 분야라고 나누어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과학과 사회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인간이 개입되지 않으면 자연이고 인간이 개입되면 사회라고 생각이 드는데, 인간들이 모여서 흔히 '사회'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로부터 동물도 일종의 집단을 형성하고 그들 나름대로의 '사회'를 구성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개입되지 않은 동물집단도 자연이 아닌 사회인가?
두번째로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과는 다른 점들을 생각해 보자. 인간은 언어를 구사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이성적으로 사고한다. 그렇다면 동물은? 동물도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며, 도구를 사용하고 (보노보노처럼), 간혹 본능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인간은 항상 인간의 기준에서 인간과 다른 사물을 생각하기에 인간이 다른 사물과 구분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다시 돌아가서 자연과 사회를 어떻게 정의하고 구분해야 하는가?
2.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은 어떻게 구분할까?
(단, 이 부분에서 사용된 '자연'과 '사회'는 편의를 위해, 정확히 정의되진 않았으나 흔히들 생각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단순히 과학은 자연의 현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학문이고 기술은 과학을 응용하여 사회에 적용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흔히 수학, 물리, 화학은 과학이고 그 외 분야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때로 기술의 토대 위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 예로, 단백질 결정학을 생각해 보면, 단백질은 그 특이한 모양으로 인해 세포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매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단백질의 구조(모양)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단백질 결정학은 과학이다. 하지만, 그 구조를 보기 위해 이용되는 X-ray는 물리학을 응용하여 만들어진 기술이다.
위와 같은 단순한 예 외에도, 우리는 아무런 과학적 이해 없이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살기 위해 지었던 집은 아주 옛날부터 과학적 연구 없이 기술을 사용했던 하나의 예이다. 과연 기술은 과학의 응용이라는 개념이 맞는 것일까?
나는 최근에 이에 대해, 과학은 원리 혹은 작동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고 기술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과거에 기술이 천대되고 과학이 우대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기술은 그 나름대로의 작동 매커니즘이 있으며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과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매커니즘을 이해한 것일 수 있다.
또 하나의 생각으로 과학과 기술을 굳이 분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둘의 결합은 기초학문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평소 나의 생각과 모순되는 것이라 재조율이 필요하다.
3. 과학기술이 먼저 일까? 인간 사회가 먼저 일까? 혹은 과학기술이 역사를 움직이는가? 혹은 그 반대인가?
어렸을 때 배웠던 사회와 역사 과목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역사를 크게 구석기/신석기/.../산업혁명 전후 시대로 나눴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보면 이는 인류가 어떤 도구를(다시 말해 기술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나눈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사회 발전을 이끄는 것일까? 세계관의 변화도 그러하다. 천동설을 믿다가 지동설을 믿게 되고 지구가 구형이라는 믿음이 확산되며 구 유럽은 신대륙 탐험을 나섰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겉잡을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이 인류의 역사를 선도한다는 이 믿음을 믿어 버리기에는 뭔가 찜찜했다. 단지 기술에 끌려가고 싶지 않다는 나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생각한 것은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역사가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신기술이 등장할 수 있도록 역사가 먼저 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여기서 '사회적 요구'라는 단어를 썼다가 '사회적 맥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아, 그 말이나 그 말이나... 라고 생각했던 나는 아직 인문적 능력이 부족한거다 T-T)
사실 위의 세 가지 질문은 서로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각각에 결론이 있는 게 아니고 세가지가 조합되어 하나의 결론이 나오는 게 맞다. 혼자 머리 굴려 보다가 답이다 싶으면 다른 문제에 모순이 되는 상황도 있고...
그러다가 또 하나 생각이 들었다. 유행은 10년 주기로 돌고 돈다는데, 이것이 비단 패션만이 아니라, 사회학이나 과학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이런 사례 연구하면 재밌겠다. 하는 생각.
암튼 요즘 이런 걸 하는데, 생각할수록 복잡하다.
그런데 복잡한 건 둘째치고, 한참 이리저러 생각하다 보면, 이런 생각으로 뭐가 바뀔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고 이를 설명하는 과학사회학은 초보자인 내 눈에는, 과학에도 속하지 못하고 사회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로 보인다.
좀 더 수양이 필요하다.
* 사진은 뉴욕시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먼지 쌓인 카메라에 지난 여행사진만 엄청 우려먹는다;)
# by | 2009/04/12 00:36 | * not categorized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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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기술은 사실 자연적인 것이 아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인사이드 더 블랙박스같은데서 나오는, "가스등을 손봐서 당대의 신제품인 전등과 40년을 맞설수 있게 했다"거나, "200년전 탄생한 팩시밀리가 빛을 본건 불과 4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기술은 그 사용방법을 우리가 인지하고 있고, 익숙한 경우에만 체화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반면, 2번의 기술은 공학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해 보이네요.
자연과 사회의 구분에 관해선 뒤르켐부터 시작하시는게 적절하실듯 합니당
저는 기술이 매우 사회적인 것 같고 사회는 하나의 자연이 아닐까 하는 순환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아직 저의 부족함이 명쾌한 부연설명을 못드리고 있네요.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제 막 입문하려고 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아요. 뒤르켐을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
공학 : Using
2번에서 테크놀리지가 공학의 뜻으로 쓰였네요.
의견 감사드려요~ :)
덕분에 즐거웠어용~*
그냥 '수달'이라고 읽으면 되는 거죠? (..)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없는 구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종이든 그 고유의 집단유지의 원리가 있는데 인간 종의 경우에 그게 좀 더 복잡하다는 것 외에는 별로 차이를 못 찾겠어요. ㅋ
말씀하셨듯이
"인간은 항상 인간의 기준에서 인간과 다른 사물을 생각하기에 인간이 다른 사물과 구분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저는 여기에 거의 동의합니다. 오늘날의 분과학문이 틀이 형성되던 18-19세기의 과학적 인간들(종교적 인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은 중세를 지배했던 종교적 세계관에 대항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거기서 적당한 타협점이라고 찾은 것이 "인간은 좀 특별한 동물"이라는 결론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그런데 이것도 제가 보기엔 그냥 myth 일 뿐인 것 같다는...ㅋ
역사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동물행태학에 관심이 많으면서, 동물의 왕국 류의 자연다큐를 다년간 섭렵한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시각이에요. :)
혹시나 인간이 자연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탈종교화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비전문가의 사이비 주장을 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