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마이애미 해변

2008. 8. 28 ~ 30. Miami beach, FL

마이애미 국제 공항에서 바깥으로 나온 순간, 후덥지근한 이 느낌은... 우리나라 한여름 무더위 날씨와 정말 똑같다. 미적지근한 물에 젖은 스폰지를 온 몸에 감싸고 있는 느낌. 출발할 때에 워싱턴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운 느낌은 더 심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나저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플로리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카메라를 캐빈에 넣어 버려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비행기를 타면서 산, 바다, 도시 많이도 봤지만, 이 넓은 숲을 본 것은 처음이라 그저 짙푸른 녹색의 늪인지 숲인지 모를 평야는 정말 새로웠다. 저 아래 악어가 득시글 대고 있겠지? 그나저나 플로리다가 이정도면 대체 아마존은 어떻다는거야? >ㅁ<

숙소가 마이애미에서도 놀기로 소문난 south beach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기서는 관광보다도 그냥 느긋하게 해변에서 휴양지를 즐길 듯 했는데.. 아.. 태풍 왔다 T-T

아무튼 어제는 낮에 마이애미에서 최초로!!! 한국인을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보낸 후에, 혼자서 대서양 물에 몸을 담그고 놀았다. 사실 그래서 사진이 거의 없다-_-;

캘리포니아 해변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던 마이애미 해변은, 확실히 태평양보다는 대서양 바다가 따뜻했고, 짠 거는 비슷한 것 같았는데... 샌디에고의 서핑을 즐기는 환상적인 파도는 없었지만, 물놀이를 즐기는 데에 적당한 정도의 파도가 있고... 무엇보다 멀리 나가도 적당한 깊이의 바다는 물놀이 하기에 최고! 혼자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시간을 놀았다. 이거, 바닷물에 몸 담그고 있는 게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겠고나.

한 가지, 혼자 놀고 있으니 라틴 출신이라는 뉴욕에서 온 청년이 말을 걸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중,
라틴 청년: "너 무슨 일 하니?"
나: "어.. 여행? ㅋㅋ"
라틴 청년: "전에는 무슨 일 했는데?"
나: "제약회사 비슷한 데서 일했어"
나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 떨어져가는 느낌... 음... 말하는 순간에도 나의 일이 굉장히 딱딱하게 느껴지긴 했다.
앞으론 뻥 좀 쳐야지.

갑자기 섹스앤더시티의 미란다가 생각났다.
직업이 변호사인 그녀는 그녀의 직업 때문에 남자들이 다가오기를 꺼려한다고 생각해서 데이트에 나가서 승무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상대방 남자는 의사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서로 거짓말을 했던 것. 음.. 나의 직업은 뭘로 할까?

아무튼 그리고 해지는 마이애미 해변 사진
낮에는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왠지 구름이 많아서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5시쯤 되니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 그래도 꿋꿋하게 모래사장에서는 비치 발리볼을.
마이애미 비치. 도시와 해변 사이에는 이렇게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해변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아쉽게도 Ocean drive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도로에서는 바다를 볼 수가 없다. 비구름이 밀려오는 건가? 저 멀리 바다 위에 무지개가 떠 있다.
해변에서 바라본 마이애미 비치. 마이애미 중에서도 miami beach는 최고의 휴양지. 아름다운 바다를 따라서 호텔이 줄지어 서 있다.
무지개가 뜬 바닷가. 해 질녘이라 바다색이 많이 어두워보이는데, 사실 좀 더 연한 연두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한낮에 가득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 나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만이 마지막 여유를 즐기고 있다.
갈매기떼. 갑자기 왠 갈매기 무리가 해변을 가득 메웠다.
저녁이 다 되어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예쁜 대서양 바다. 물도 미지근 해서 놀기 딱 좋다. 저녁이 되니까 바닷물의 높이가 많이 높아졌다. 낮에는 저 곳보다 훨씬 아래에 있었는데... 바람이 세지면서 파도도 높아진다.
야자수. 캘리포니아의 야자수에는 야자가 열린 걸 보지 못했었는데, 이 곳에는 여기저기 나무에 야자가 주렁주렁. 문득 무한도전의 무인도 특집이 생각나서 쿡쿡대면서 웃었다. 그들을 여기에 데려다 놓으면 야자 따다 줄까?
낮엔 바닷가가 시끌벅적했다면 해가 질 무렵부터는 바닷가에서 한 층 들어온 노천카페가 북적북적해진다. 분위기 좋은 온갖 레스토랑과 바. 끊임 없이 흘러나오는 흥겨운 라틴음악. 미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마이애미는 정말 다른 도시와는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미국보다는 오히려 라틴의 색채가 더 많이 보이는 이 곳. 사람들의 60%가 에스파뇰을 구사하는 이 곳. 버스를 타고 지나오는 동안 내가 든 생각은 '앗, 멕시코다-_-'라는 생각이었다. 마이애미는 쿠바와도 꽤 가깝기 때문에 쿠바를 떠나온 사람들이 많이 정착해서 살고 있다. 영어도 물론이지만, 스패니쉬를 구사하면 여기저기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다.
마이애미의 노을. 동쪽 하늘이 넘어가는 해에 비춰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어제는 금요일 저녁답게 밤새도록 거리 곳곳에서 음악이 끊이질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주룩주룩. 천둥 번개까지... 방안에서 한발짝도 안나가고 있다.
Hurricane Gustav가 북상중인데 진로를 보아하니 마이애미는 안지나가지만 영향권에는 들어 있고 (심하지는 않고 비가 오고 바람이 좀 부는 정도) 플로리다 서쪽을 지나 뉴올리언스 쪽으로 간단다.
카트리나로 인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정말 뉴올리언스는 살기가 힘들겠다. 지난 번 태풍 Fay가 지나간지 일주일만에 다시 찾아온 태풍. 그리고 이 대서양쪽에서 또 하나의 태풍, Hannah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데... 확실한 재해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뉴올리언즈 사람들은 끊임없이 태풍이 휘둘리며 살아갈 수 밖에 없겠구나.

덧. 마이애미에도 누드비치가 있다는데 귀찮아서 찾아가 볼 생각은 없고...
다만, 여기에서도 비키니 수영복을 하나만!!! 입은 여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깜짝 놀라서 몇 번을 다시 봄-_-;;;)

by jewel | 2008/08/31 01:40 | └ 미국 여행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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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물고기 at 2008/09/01 00:49
직업은 만화가라던지 ... ;
Commented by jewel at 2008/09/01 01:41
만화가. 예술가라고 할까?
외국애들이랑 얘기해 보면 내가 정말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돼. 정서가 달라서일까? 외국 애들이 굉장히 많이 묻는 말 중에 하나가 "뭐하니?"인데, 딱히 할 말이 없달까? "뭐 좋아해?"라는 질문에도 딱히 할 말 없고 -_-;;; 얘들은 왜 이렇게 콕 찝어서 물어볼까나
Commented by 소영- at 2008/09/01 13:04
와아! 여기 비치도 멋지군요!! ^^
언니 직업은 작가?로 하면 어떨까요~~
책쓰러 여행왔다! 뭐 이런;; ㅋㅋㅋ
Commented by jewel at 2008/09/01 15:20
흣흣. 만나는 사람 보고 내 맘대로 말해야겠어 (너무 심하지 않은 걸루다가 ㅋㅋㅋ 뭐.. 백수도 맞고, 작가도 나름 맞다고 생각하고 여행가도 나름 맞다고 생각하고 학생도 나름 맞다고 생각하고;;; 끝이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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