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FBI 100주년

2008. 8. 25. Washinton D.C.

주말은 눈깜짝 할 새에 지나가고 벌써 월요일.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폼나는 FBI배지를 가슴에 품고 일터로 향했다. 그나저나, DC에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한데 왜 하필 우리 건물은 저렇게 멋없게 생겼을까? 어두침침한 베이지색 건물에 같은 모양의 창문이 수없이 반복되는 건물 모양새는 마치 일정하게 구멍뚫린 개미집 같다. 친구가 일하는 농산부 건물은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뽀대 나게 지어났더구만, 딱딱한 이미지를 건물에서도 보여야 하는 걸까?
안그래도 외계인의 뒤를 캐고 다니는 파트너 때문에 정신이 없는 마당에 지난 주는 더욱 쉴 틈 없이 지나갔다. 100주년 기념이라고 건물에 어울리지도 않는 보색대비의 플랭카드를 달아 놓은 것도 모자라서 기념행사로 체육대회를 했다. 남자요원들은 좋다고 링컨 기념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축구장 삼아서 공을 찼다. 대부분이 현장 요원이라 그런지 체력이 좋다. 그나저나 우리 편에 이상한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상대편의 패스를 귀신 같이 끊어내는 것이 마치 생각을 읽는 것 같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체육대회에 참가하려고 뉴욕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하는데...
그렇게 체육대회는 끝나고 다시 한 주의 시작. 그나저나 건물 모양새는 둘째치고, 나름대로 FBI의 분위기가 산다고 봐주고, 지금 하고 있는 공사를 빨리 마무리 지을 수는 없을까? 주차장 들어갈 때마다 밀려서 출근 시간이 전쟁이다. 게다가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합판 떼기 출구는... 마치 나무 판자에 가짜 문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이제 막 한 주가 시작한 월요일인데, 오늘도 일찍 퇴근하기는 글른 것 같다. 사실 지하에 있는 사무실에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서 앉아 있다 보면 밤인지 낮인지 모르겠을 때가 많다. 부국장은 꼭대기 층의 전망 좋은 방에 사무실을 주던데, 어서 승진해서 창이 넓은 사무실로 이동해야지. 이 부근은 조금만 어두워지면 인적이 한산해 진다. 동부에서 이렇게 한산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주변에 행정기관이 많아서가 아닐까? 역시 공무원이 많은 동네라 다르다. 대신 해가 진 후에는 주변 레스토랑이 시끌벅적 해진다.
야근을 위해 저녁을 든든히 먹어둬야지. 회사 건물 맞은 편에 근사한 아시안 음식점이 생겨서 가봤다. 파트너는 하루종일 해바라기씨를 오물거리더니 결국 배탈이 났는지 화장실에 들락날락하고 있다. 그 와중에 혼자 먹으러 온 게 미안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대신 도시락을 챙겨 가야지.
월요일이라 그런가 여느 때보다 한산한 느낌이 든다. 주인과 종업원들은 중국어를 사용하는데 메뉴는 주로 일식이네. 면 종류는 중국식인 것 같고 스시와 사시미도 보인다. 된장을 하루에 세 끼 이상 먹으면 항암 효과가 있다던데, 이 동네에서 된장을 먹기가 힘드니 대신 미소국이라도 마셔야 겠다.
오~ 한 주를 불끈불끈 힘내기 위해서 장어 덮밥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주문한 'Sushi Deluxe". 장어, 알, 연어, 참치, 롤 등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한 번에 맛 볼 수 있어 흐믓하다. 지난 번 여름 휴가로 캘리포니아에 놀러 갔을 때는 스시라면서 날생선이 얹혀 있질 않아서 실망했었는데... (편의점 롤이라 그랬나?) 오랜만에 먹는 미소 된장국도 흡족하다. 그런데, 메뉴 판에는 착했던 가격이 세금과 팁이 붙으니 더이상 착하지 않다. 파트너한테는 장어 덮밥을 사다줘야겠다.

* FBI 건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에~ 안이쁘다' 였습니다. 여기에 출근하는 기분은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써봤어요 (좀 색다르게 써보고자 노력했는데...)

* FBI 건물 이름은 초대 국장 이름을 딴 J. Edgar Hoover Building입니다. 1908년 처음 설립되어 올해가 100년째 되는 해입니다만, 체육대회 따위는 전혀 사실 무근-_-

* FBI 건물 맞은 편에 "Asia Nine"이라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아주 근사한 초밥을 굉장히 오랜만에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나저나 메뉴에는 20불이었는데 tax가 무려 10% T-T 팁까지 주고나니 26불이 그냥 막 넘어가더군요. 그래도 서빙해준 James가 친절해서 좋았어요. 계산서를 부탁한 후에, 엽서를 쓰고 있었더니 바로 전 주에 끝났지만, 태국 축제가 근처에서 있었다면서 엽서를 선물로 주더군요. (태국에서 온 청년이었습니다)
위치는 915 E st NW, Washington, DC 20004로 9th street NW와 E street NW 교차점, FBI 건물 맞은 편에 있어요.


* Washington DC의 sales tax는 조금 특별합니다. 미국의 sales tax는 주마다 다른데, 캘리포니아가 7.75%, 뉴욕이 8.5?%였어요. 물론 같은 주라도 도시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큰 차이는 없어요). 사람이 거의 없는 몬태나 주 같은 경우는 공식적으로 주 tax가 0%이구요.
Washington DC의 sales tax는 일반적으로 5.75%입니다만,
알콜 종류는 9%
레스토랑이나 take-out food, rental car, telephone calling card는 10%
commercial parking은 12%
호텔/모텔은 14.5% 입니다.
물론 grocery는 세금이 붙지 않구요. 이건, 음식점 가지 말고 재료 사다가 해먹으라는 얘기-_-


덧. 농산부 건물은 백악관 아래 쪽, 스미소니언 캐슬과 워싱턴 마뉴먼트 중간에 있어요. 신전 같은 분위기의 건물

by jewel | 2008/08/27 14:46 | └ 미국 여행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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