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 Grand Canyon을 걸어보자

2008. 7. 28. Grand Canyon National Park, AZ

하이킹을 너무너무 하고 싶었으나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포기. 사실 전 날 발목을 삐끗해서 하이킹을 할 자신도 없었다. 나중에 미국 다시 오면 꼭 그랜드 캐년 가서 1박2일 하이킹을 하리라 다짐만 하고 Rim trail을 따라 걸었다. 그러나 뜨거운 땡볕 아래서 걷자니 Rim Trail 만으로도 기진맥진. 아.. 역시 하이킹은 다음 번에...

전날 그랜드 캐년 South Rim의 동쪽 파트를 보았으니 오늘은 서쪽 파트를 보고 살짝 걸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Market place로 갔다. Rim Trail은 그랜드캐년의 South Rim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벼랑 끝에 나 있는 길인데 한 쪽 끝까지 가는데 2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랜드 캐년의 대부분의 trail이 그렇지만, 그늘이 거의 없으므로 모자는 필수, 플라스틱 병에 들은 물 1리터도 필수. 중간 중간 물을 채울 수 있는 water fountain이 있다.

Rim Trail의 서쪽 끝에서 바라본 Grand Canyon. 정말 크다라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다. trail을 따라 2시간을 걸었지만 오른 쪽에 있는 저 계곡이 살짝 왼쪽으로 움직였을 뿐 -_-
Bright Angel Trail head. 저 길을 따라서 6시간 정도 내려가면 캐년 아래의 콜로라도 강을 찍을 수 있다. trail의 시작점으로 나중에 내려가봐야지 생각했으나 너무 피곤해서 결국 안내려가 보았다
Bright angel trail. 위의 사진을 따라 내려가면 저런 길을 만난다.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저렇게 지그재그로 계속해서 내려가야 하는 것. 나중에 올라올 때도 같은 길을 따라 올라와야 한다. 다른 trail로 올라 오기 위해서는 캐년 바닥에 있는 Ranch로 가야만 하는데 여름에는 하루만에 바닥 찍고 올라오는 것을 금하고 있다. (죽을 수도 있음)
Bright Angel Trail. 지그재그를 따라 내려가면 다음으로 나오는 곳이 저 곳. 시작 지점의 위치는 80F 정도 인데 저 아래는 100F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더울까. 정말 그늘도 하나 없다. 가운데에 나무가 모여 있는 지점이 중간 휴식처로 저 곳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위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콜로라도 강을 만날 수 있다.
Colb Studio. 그랜드캐년에 관련된 동영상을 상영해 주는 곳으로 자연에 동화되도록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돌멩이로 얼기설기 지은 옛날 건물 같지만, 겉모습만 그런 것. 저 옹기 종미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랜드 캐년이 대체 얼마나 큰 것인지...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풍경은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근 지형의 특징은 옛날 땅이었던 곳이 갑자기 솟아 올라 왔기 때문에 퇴적층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지형 덕분에 지질학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과거 역사를 알아 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된다. 중학교 때, 독특한 지형을 나타내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오라는 물상 방학 숙제가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도 않거니와 서울 근교에서는 없어서 관악산 가서 손바닥 크기보다도 작은 굴곡이 진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상을 받았던 애가 제주도에서 사진을 찍어 온 것. 그랜드 캐년을 돌아보는 내내 그 당시 방학숙제 생각이 났다. 여기서 사진 찍어갔으면 전교 1등 했을 텐데... (얼마나 비싼 방학숙제인가)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어디든 비슷한 모습. 그러나 특이한 것은 산 위가 뾰족하지 않다는 것. 평평한 모습이 과거 땅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 저러한 지형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듯.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면 그랜드캐년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언뜻 든 생각은 만약 정말로 달에서 만리장성을 볼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왠지 뻥일 것 같지만) 그랜드 캐년은 더 크게 볼 수 있을 듯. 구름만 없다면 정말 보이지 않을까? 그나저나 그랜드캐년에는 정말 구름이 많고 그다지 건조하지 않다.
첩첩 산중. 옛날 수묵화 그림을 보면 뾰족한 산이 겹겹이 보이는데, 그랜드캐년을 그렸다면 위가 평평한 산이 겹겹이 그려져 있지 않을까? 날씨는 굉장히 맑고 햇볕이 쨍쨍한 것에 비해서 시야는 그다지 좋지 못했는데, 이것이 공기 오염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랜드 캐년의 서쪽에 위치한 California와 Arizona 남부에서 불어오는 오염된 공기가 그랜드캐년의 시계를 흐리게 하는 것. 워낙 멀리 떨어진 곳이라 환경 오염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오염은 이렇게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친다.
캐년 사이사이 뻗어 있는 크고 작은 creek
2 시간 걸었는데... 처음 사진과 비교해 보면 그랜드 캐년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힘들어 죽겠다고 걸었건만 사진의 풍경은 2 cm 바뀔까 말까... 얼마나 크면, 길게 이어진 저 자체를 Canyon이라고 부르고 길게 패인 저 곳은 creek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저 곳도 실제로 내려가 보면 엄청날거야...
그랜드캐년의 숲이라기 보다는 주차장;. 그림보다 사진이 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우리는 얼마나 속기 쉬운가. 덜렁 이 사진만 보았을 때 '그랜드 캐년이다!'라고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그랜드 캐년의 얘기를 많이도 들어봤고 누구나 한 번쯤은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에 처음 진입했을 때 봤던 붉은 산을 보고 아.. 역시 그랜드캐년이 있는 애리조나는 다 저런가보다 생각했는데,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길에는 커다란 나무와 숲이 즐비했다. 아니, 대체 이런 곳에 그랜드 캐년이 어딨다는거야! 라고 의아해 했는데, 저 울창한 숲 끝에 난데 없이 절벽이 나오고 사진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랜드 캐년이 유명한 이유는 높은 나무와 울창한 숲이 아니라, 바로 저 절벽이 둘러쳐진 자연 성벽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 보고 그것이 다일거라고 믿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랜드 캐년을 생각했을 때 자연절벽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은 아니지만, 그 사진만을 보았을 때 그랜드캐년은 왠지 굉장히 덥고 건조하고 사막과도 같아서 풀 한포기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오해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절벽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못할 뿐 이렇게 캐년 위에는 울창한 숲이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하늘 위에는 수많은 구름으로 덮여 있으며 가끔 소나기가 퍼붓기도 하는 그다지 건조한 기후가 아니다 (여름 습도는 약 50%이나 태양 빛이 강해서 그다지 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또한 온도도 약 80F 정도로 굉장히 더운 날씨는 아니다. 이래서 직접 겪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캐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안 쪽의 숲 속에 난 Trail도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찜질방의 산림욕방에 들어온 느낌이 난다. 주변의 가득한 열기와 솔향.

* 그랜드 캐년의 숲에 가득한 나무는 대부분이 침엽수림이다. 어려서 생물시간이나 사회 시간에 침엽수는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랜드 캐년은 전혀 춥지 않건만 (물론 여름에는 눈도 오고 얼음이 얼기도 한다), 다른 곳보다 조금 덥고 건조하기 때문에 침엽수가 자라는 것이 더 용이하겠지. 교실에 앉아서 교과서를 들여다 보는 것보다 직접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교육 방식을 바꿔야해! 라는 생각도 살짝)

by jewel | 2008/08/03 14:31 | └ 미국 여행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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