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태평양을 따라 달리는 기차

2008. 6. 9. SanFrancisco -> Los Angeles, CA

샌프란과 엘에이는 같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하지만, 위 아래로 길다란 캘리포니아를 생각할 때, 그 거리가 엄청 멀다. 자동차로 약 8~9시간 거리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달리면 일본 넘어가지 않을까?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기는 애매한 것이 요상하게도 이 두 공항 사이의 비행기를 알아보면 가격대가 만만치가 않은거다. 엘에이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200불 안쪽으로 구할 수 있는 반면, 샌프란에서 엘에이까지의 비행기는 200불이 넘어간다. 대체 뭬야!

샌프란에서 엘에이를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 달리면서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소문만 무성하게 들었다) Monterey에서 태평양 해변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보고, Big Sur도 감상하고, 하루밤 정도는 Santa Babara에서 해가 지는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좋을 터. 그러나 난 차도 없고... (당시에 이런 생각이었는데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렌트해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릴테다!)

차선책으로 선택하게된 육로를 이용한 대중교통. 그레이하운드는 보나마나 내륙으로 달릴테고, 그렇게 빼어난 절경을 가졌다는 Coast Starlight를 타기로 마음을 굳혔다. Coast Starlight는 미국의 커다란 기차 회사인 Amtrak에서 야심차게(?) 운행하는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 잇는 기차로, 워싱턴주에서부터 오레건, 캘리포니아를 거쳐 태평양을 따라 난 기차길을 따라 밤이 새고 날이 새도록 달린다. 그래, 이걸 타는게야. 그러나 또 다른 걱정거리는 Coast Starlight이 LA에 밤 9시에 도착하는 것. 처음엔 별 걱정 없었는데 주변에서 모두 말리는 거다. LA downtown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 절대 안된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게다가 샌프란에서 대낮에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무서운 거리를 지나면서 나도 그들에게 동화되었다.

PlanB는 Cost Starlight과 동일한 노선을 달리는 다른 기차 (어차피 기차 레일은 하나일테니...) 해서 찾은 것이 Surfliner. 다만 Surfliner는 San Louis Obispo에서 시작해서 샌디에고까지 운행. 이 말은 샌프란에서 San Louis Obispo까지는 다른 길로 가야 한다는 얘기. 그러나 간단하다. Amtrak 페이지에 들어가서 샌프란에서 엘에이 가는 기차를 검색한 후 surfliner를 포함하는 기차로 선택. 혹은 Amtrak 창구에 가서 샌프란에서 엘에이 가고 싶은데 중간에 surfliner를 타고 싶다고 얘기하면 알아서 표를 준다. 다만, San Louis Obispo까지는 버스로 가야했다 (이것도 암트랙에서 연계하는 버스가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행의 반을 기차길을 포기하고 내륙으로 달려야 하는 게 아쉬웠지만, 지도를 확인한 결과 샌프란에서 샌 루이스 오비스포까지는 기차길도 내륙에 위치하므로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걸로 생각이 됐다.

암트랙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버스. 해서 샌프란 암트랙 역에서 (정확히는 Oakland역) 표를 끊었다. 받은 표는 두 장. 샌프란에서 샌루이스 오비스포까지의 버스 티켓과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엘에이까지의 기차 티켓. 단, 첫 번째 표는 기차표가 아닌 버스표니까 기차역 내 철로에서 기다리지 말고 기차 역 밖의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한다. 버스는 굉장히 크고 튼튼하고 깨끗하고 '춥다' 가지고 있는 큰 집은 버스 옆에 실을 수 있고 작은 짐은 들고 타고. 우리나라 우등고속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버스 좌석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 (미국에서는 버스고 그렇고 기차도 그렇고 심지어 영화관도 그렇고 좌석의 개념이 없다. 그냥 무조건 먼저 앉으면 임자)

버스를 타고 San Louis Obispo로~. 샌 루이스 오비스포 이름도 참 생소한데 어디 있는 곳인가 하면, 샌프란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San Jose(샌 호세)를 지나고 Salinas를 지나서(여기서 바다쪽으로 가면 Monterey), King city를 지난 후, 내륙쪽으로 가면 Bakerfield가 나오고 바다 쪽으로 가면 San Louis Obispo가 나온다 (태평양 하이웨이 타고 내려가다가 샌타바바라 전에 만나는 도시) 버스를 타고 약 5시간 정도가 걸렸다. 역시나 내륙을 통해 있는 도로를 통과 하므로 바깥에 보이는 경치는 그냥 저냥.

드디어 Surfliner. 5~6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좌석이 워낙에 편하다 보니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이 정도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는 것 쯤이야 이미 학교 다니면서 익숙해진 것. 그러나 역시 기차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 드디어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 도착해서 기차로 갈아탔다. 기차 외벽에 써 있는 Surfliner~ 아.. 기차는 생각보다 많이 높아서 기차를 타면 풍경을 좀 더 멀리 볼 수 있다. 밖에서 보면 무슨 2층 기차인가 싶을 정도. 그런데 그렇게 해가 쨍쨍했는데 이 무슨 조화인지 바닷가 근처만 가면 안개가 자욱해지는 거다. 힘들게 기차를 선택한 이유는 해안을 보기 위함이었다고!!! 절규 T-T
이것이 surfliner. 혹시나 지도를 한 번 찾아 보면 알겠지만 surfliner가 통과하는 철로는 정말 땅 끝에 위치한다 바다와 철로 사이에 해안도로도 없다. 이러다가 태풍와서 철로 유실되면 기차 운항 중단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태평양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의미. 작년에 SM5광고를 보았을때, 비오는 날 높다란 파도가 철썩이는 그 바닷가 절벽도로를 따라 운전해보고 싶었다. 대체 거기 어디야?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선택한 surfliner. 기차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로망이 섞여 있는데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기차여행은 정말 로맨틱하지 않은가? 물론 이 풍경도 3 시간 이상 보고 있으면 로맨틱이고 뭐고 배가 고프기 시작하지만...
이렇게나 가까이에 철도가. 기차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서 절벽 위를 달리기도 하고 이렇게 바로 해변 옆을 달리기도 한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더 세게 치면 혹시나 기차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ㅁ< 하는 생각도 한가득.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기차 여행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어!!! 라면서 나의 능력(?)에 스스로 감탄. 하지만, 역시나 샌프란에서 샌루이스까지의 절경이 또 끝내준다는 데 그걸 보지 못한 것은 평생 한이 될거야 T-T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꼭 렌트를 해서 운전을 해봐야지.
Union Station in LA. 기차표 삽질을 해가면서 구한 surfliner는 무려 7시에 LA에 도착했다. 유니언 스테이션 주변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별로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물론 어딜가나 그렇듯이 공원에는 홈리스들이 좀 보이긴 했지만... 게다가 해가 지기 무려 1 시간 전에 도착하였으니 뿌듯해 하면서 샌타 모니카 가는 버스를 기다렸는데. 쳇. 버스 타는 데를 못찾아서 헤매다 보니 결국 버스는 다 껌껌해진 10시가 되어서 탔다는-_- Coast starlight 포기한 보람이 없잖아.

* 암트랙은 시간을 굉장히 잘 지킨다. 정해진 시간보다 10~2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 기차를 타러 조금 일찍 가자. 사실 기차보다 먼저 탔던 버스가 걱정이었다. 버스라는 것은 교통량에 따라 도착 시간이 결정되니까, 그런데 버스는 무려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하였다. 기차 연착이나 버스가 늦게 도착할까봐 걱정할 일은 크게 없어 보였다.

* 혹시나 이 구간 기차를 탄다면 Coast starlight를 추천한다. 9시에 유니언 스테이션 역에 도착해도 주변이 크게 무섭지 않다. 다음 목적지만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을 것.

* 혹시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샌타 모니카를 간다면 (그 이유는 LA내에는 HI hostel이 없고 샌타 모니카에 HI hostel이 있으므로, 물론 시내에 USA hostel은 있지만, 할인이 안되니까) 샌타 모니카 호스텔에서 안내한 곳에서 버스 기다리지 말 것. 그곳에는 버스 정류장이 없었다-_- 해서 주변을 2시간 가까이 방황; 나중에서야 역에서 다시 물어본 후에 bus stop을 찾았다. 유니언 스테이션 역에서 나와서 오른 쪽으로 꺾어서 가다가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넌 후, 다시 오른 쪽으로 가면 33번 버스가 선다. (샌타 모니카 가는 버스 약 1시간 정도 걸림)

* 아침 7시 30분쯤 출발해서 저녁 7시쯤 도착했으므로 중간 갈아타고 기다린 시간 모두 포함해서 12시간 정도가 걸렸다. 헤에...

덧. 샌타 모니카 가는 버스에서 손바닥 만한 바퀴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을 목격. 역시 엘에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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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wel | 2008/07/21 09:39 | 미국 여행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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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8/07/21 12:29
jet blue의 경우는 2주전에 예약하면 $100 아래로도 예약할수 있어요($49까지 예약해본적이 있습니다). 요즘 기름값이 올라서 차 기름값보다 쌀 정도..;
Commented by jewel at 2008/07/21 13:01
앗.. 그런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기회되면 샌프란 한 번 더 다녀와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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