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1월 18일
과학예술 융합공연 추천, 라면 앙상블
1. 과학+예술 융합
얼마전부터 과학예술 융합의 붐이 일고 있습니다.
예술계에서는 미디어아트부터 시작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이거나 틀어대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고요. 과학계에서는 예술이 주는 창의성을 고취시키면서 많은 영감을 얻으려고 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는 학자들은 과학과 예술이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비슷한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지요.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과학과 예술 모두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이며, 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창의적인 과학, 예술의 결과는 사람들의 생각(혹은 패러다임)이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등이죠. 우리가 스티브 잡스를 기술자이면서 예술가로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가 애플에서 과학기술과 예술의 적절한 융합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실제로 "융합"이라는 이름을 걸고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살펴보다보면 이게 정말 융합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죠. 이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먼저 "융합"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 보아야 할 것 같은데요. 융합이 무언지는 이야기하기가 좀 곤란하긴 합니다. 간단하게는 서로 이질적인 무엇들을 섞어 놓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융합을 해야 한다고 할 때에는 아마도, 이질적인 것이 섞여서 새롭고 대단한데 전에 없던 그 무엇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니까요. 그래서 정말 전에 없던 그 무엇이 나왔을까요?
2. 과학예술 융합 전시의 예
과학예술 공연에 한정해서 생각해 보죠. 다양한 공연들이 시도되고 있어요. 미술관에서도 과학관에서도... 여기에서는 다른 쪽에서 영감을 받아서 한 작업보다는 두 분야를 섞어 본 작업에 대해서 생각해볼게요.
2009년에 사비나 미술관에서 진행한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2050 Future Scope: 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가 있습니다. 이건 말만 들어도 재밌는데요. 과학자와 예술가를 1:1로 붙여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예술가가 과학자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면서 필요한 도구들을 과학자에게 요청하기도 하면서요. 현재 진행되는 과학 연구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직접 이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니, 왠지 과학자도 예술 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과학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한 번 볼까요?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과천국립과학관의 몇몇 전시들이었을 것 같은데요. 과학관엔 조금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런 전시들은 많은 부분들이 수입이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전"의 경우 다빈치 재단에서 진행하는 세계 순회 전시를 과학관에서 진행했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대표적인 르네상스인으로 과학기술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었던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지만, 아무래도 당시에는 세부 분야로서의 예술과 과학이 나누어지지 않았던 때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말하는 "융합"과 조금 다른 차원이죠. 물론 그로부터 얻을만한 교훈은 많지만요. 그리고 또 다른 것은 "키네틱 아트"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생명체가 움직이는 동역학적 매커니즘을 미적인 감각을 돋보이며 건축적 형태로 만든 작품이었어요. 이런 모습의 융합도 있었죠.
그리고 요즘 많이 진행되고 있는 과학연극도 과학 예술 융합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과학연극이 과학과 예술이 만나 만든 새로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과학"을 다루고 있는 "연극"으로 보이거든요. 때로는 과학이론을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때로는 과학자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연극을 차용한 것처럼 보이거든요.
과학예술 융합의 이상적인 형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형태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3. 새로운 형태의 과학+예술 융합 시도
최근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또 새로운 것이 있어서 소개하려 합니다. 조금 민망하지만 이번 작업은 제가 직접 참여하고 있어요. 저희의 작업은 하나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목은 <라면 앙상블>이고요.
많은 형태의 과학예술 융합 공연(전시)에서 사실 과학자와 예술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보입니다. 2050 Future Scope의 경우에도 참여했던 예술가와 과학자 분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워크숍이 1회 진행되었고, 서로 간의 충분한 이해를 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참여한 과학자는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긴 했지만, "예술가의 작품"에 충분히 개입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기에, 좀 더 대놓고 과학자와 예술가의 소통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전문 시각 예술가인 "김나영" 작가와 과학을 전공하고 현재 과학학을 공부하고 있는 MuseS,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기계 비평가 이영준 교수가 모여서 서로의 과학과 예술을 드러내고 섞고 변형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면"을 소재로 과학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는 새로운 시도이며, 전혀 다른 부류의 세 집단이 만났을 때에 어떤 것이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실험입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과학이고, 다른 이가 보기에는 예술인 작업. 누가 보기에는 과학이 아니고, 다른 이가 보기에는 예술도 아닌 작업. 저희의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과 예술도 아닌 무엇이예요. 누가 어떻게 보아주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정의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면 앙상블>에서 시도하는 실험은 작업에 참여하는 세 집단 외에 작업을 바라보는 분들에 의해서 완성되는 실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험을 저희가 진행하고 결과도 내놓지만, 결국 이에 대한 해석과 함의는 보는 분들이 주시는 거니까요.
저희 작업은 <라면 앙상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서 저희 작업에 함께 참여해주실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참여했을 때의 작업이 변화하는 양상도 실험에 재미를 더해줄 수 있을테니까요.
저희에게 Feedback을 주세요. 혹은 좀 더 직접적으로는 저희 프로젝트를 지지해 주세요.
새로운 창작자들을 후원하는 텀블벅 사이트를 이용하셔서 저희 프로젝트에 힘을 주실 수 있습니다.
후원해 주신 분들께는 작업에 성함을 기재하고, 후원 금액에 따라서 저희 공연 티켓과 작업 제작물을 드립니다.
아참참. 가장 중요한 것!
<라면 앙상블> 공연은 국제다원예술축제인 봄페스티벌에 출연합니다.
공연장소: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공연일시: 2012년 3월 28(수), 29(목)
감사합니다~ :)
# by | 2012/01/18 12:27 | MUSEum | 트랙백 | 덧글(0)



